자연주의 출산 병원 연앤네이쳐에서 유도분만 성공한 한방이맘 출산후기

한방이맘을 처음 만난 날, 4년전 첫째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산의 경우, 초산이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건 산모가 초산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이다. 의료진의 관점에서는 첫째 아이를 어떻게 출산했는지가 중요하지만 둘라의 관점에서는 산모가 초산의 어떤점이 좋았고 힘들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둘째 출산이 진행되면서 초산에 대한 산모의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

첫째때는 병원으로 오는 차안에서 너무 힘들었고, 병원에 와서

내진해보니 5cm가 열려있었어요.

5~6시간만에 출산한거 같은데 너무 정신없고 아팠어요. 둘째 출산할때는

둘라 선생님 도움(마사지, 감통 등)도 받고 싶어요.

산모가 내게 했던 말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랬던거 같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순산하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산모가 출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산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식단관리, 컨디션 관리, 운동 등을 잘해서 산모가 임신기간을 안정적으로 잘 보내야 순산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니 말이다.

경산은 초산에 비해 다소 쉬운 편이다. 출산 진행시간도 짧고 참고할만한 초산의 경험도 있으니 출산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간혹 산전관리가 힘들때가 있다. 작년 12월에 출산한 산모도 그랬다. 단백질 수치가 낮았고, 식단조절을 하는데 체중관리가 어려웠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좀체 올라가지 않았따. 한방이맘은 혈압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회사에서는 팀장이었고, 5살 첫째는 엄마 껌딱지고, 식단관리나 운동을 제대로 할 여력이 안됐다. 33주 즈음인가 산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생리 둘째날처럼 패드를 흠뻑 젖신 출혈이 있었고 그 일로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산모와 나는 37주까지만 한방이가 잘 버텨주길 바랬다. 출산은 너무 변수가 많고 산모나 의사, 둘라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나 역시 내려놓을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37주를 넘겼고,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오늘 (병원에서) 입원하라고 하시네요.

본래 진료일에 산모 컨디션이 너무 저조해서 병원에 며칠 늦게 갔는데 입원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유는 단백뇨 때문이었다. 일반 산부인과도 아니고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 연앤네이쳐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입원하라고 했다면 꼭 해야만 하는 의료적인 이유였다. 더군다나 이미 혈압도 높았때문에 임신 중독증이 우려됐고, 39주에 접어들었으니 유도분만해서 빨리 낳는게 산모도 아기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 유도분만도 안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의료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유도분만도 하고 제왕절개도 한다. 산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진행하는 점이 다르다. 간혹 의료적인 이유가 분명한데도 거부하는 산모들도 있지만 의사는 인내심을 갖고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런 점이 참 좋다.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는 출산방식이다.

아기가 하늘보고 있는 자세였지만 우선 유도분만을 해도 최대한 자연출산을 시도하고 만약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대학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입원했다. 일반 산부인과 였다면 아기가 하늘보고 있는 OP포지션에 높은 혈압과 단백뇨까지 나왔으니 어쩌면 생각할것도 없이 제왕절개 하자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함께 운동중인 한방이 맘

<4월 15일 유도분만 첫날>

유도분만은 새벽 6시가 아닌 아침 9시즈음 시작됐다. 산모가 잠을 충분히 잘수 있게 한 다음 혈압과 단백뇨를 다시 체크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치해 준 것같다. 한방이 맘은 첫째도 연앤네이쳐 산부인과에서 출산했는데 둘째도 같은 병원을 택했다. 그만큼 박지원 원장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더불어 나와함께 하는 출산을 연앤네이쳐 산부인과에서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주의 출산 병원은 산모의 신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정서적인것 까지 챙겨줘서 참 좋다.

첫날은 진행이 잘 안되는 편이지만 경산이라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다. 배가 전체적으로 아프거나 배뭉침은 계속 됐지만 진진통 단계는 아니었다. 한방이 맘은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며 운동도 하고 북극곰 자세도 하며 나름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조기수축으로 인해 회사 일을 계획한것 보다 조금 일찍 정리하긴 했지만 아마 오랜만의 휴식이었을것이다. 첫째 아이가 있고 남편도 회사를 다니니 남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조금 특별한 시간이었을것이다. 저녁무렵 다행히 혈압이 안정됐다. 히프노버딩 음원을 들으며 혈압이 계속 안정되는 심상화를 해보라고 했는데 한방이 맘의 말처럼 주문이 먹혔나보다.

<유도분만 둘째날>

전날 유도분만을 하긴 했어도 잠도 잘자고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오전 7시부터 다시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는데 혈압이 다시 올랐다. 혈압약을 소량 유지하는 걸로 결정됐고, 진통 잘해서 오늘은 낳길 의료진도 산모도 기대했다. 점심 무렵 진통은 다시 3분마다 오기 시작했다. 1시 30분경 드디어 4~5cm 까지 열려서 나도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으로 가는길에 살짝 긴장했다. 만약 촉진제 효과로 진행이 잘 되고 있는거라면 빠르게 진행되서 저녁이 되기전에 낳을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아침에 낳을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저녁에 한방이 아빠도 오고 이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운동하기 시작했다. 하늘본 자세를 돌리고 진행을 잘 시켜야 했으므로. 그런데 한방이 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초산의 기억으로 인해 마음에 저항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4cm 이후 진통이 소강상태로 다시 빠진것도 그렇고(병원에서는 산모와 아기에게 최소한의 약물만 쓰기 위해 촉진제 사용을 일시 중단했다) 초산때 진통이 힘들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진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빨리 낳아서 한방이를 보고 싶은 두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듯했다.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진통은 잘 오고 있었지만 진행은 초산모처럼 느리게 진행됐다. 한방이맘의 무의식에서는 초산의 진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다랗게 자리잡으며 자꾸 브레이크를 거는게 아닌가 싶었다. 서서히 진통을 받아들이고 안정적이고 평온한 출산이 되기를 계속 대뇌이며 주문을 걸었다.

<유도분만 셋째날 아침 한방이를 만나다!>

전날 진행을 촉진하기 위해 산모의 동의하에 양수를 터트렸다. 저녁 8시 6cm까지 열리면서 희망이 보였다. 감통을 위해 욕조에 들어갔는데 열이 오르는듯 해서 혹시 혈압이 오를까봐 30분만 있다가 다시 나왔다. (보통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서는 욕조사용을 산모가 원하는 만큼 쓸수 있지만 간혹 일반 산부인과에서 진행하는 자연주의 출산의 경우 욕조사용시간을 15분으로 정해두거나 양수파수후에는 못들어가게 하기도 한다.)

자정에 가까워 올수록 진통이 자주왔고, 한방이 맘은 어떤 자세를 해도 힘들다고 했다. 70%정도 진행됐으니 계속 진통만 있다면 새벽에 낳을것 같았다. 그러다 1시 30분 이후 산모는 잠시 잠들었고 진통도 잦아들었다. 나도 옆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산모옆에 있어도 내가 해줄게 없었고 아침에 출산하길 도와줘야겠다 싶었다. 만약 다음날도 진통이 잘 안오면 어떻게 될까..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소강상태로 빠질줄은 몰랐다.

새벽 5시즈음 조산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침에 다시 촉진제를 써서 출산하게 될거 같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산모도 한방이도 잘 견뎌왔기에 자연출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초산을 병원에 와서 5~6시간만에 낳았으니 경산은 더 빨리 진행될거라고 했던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조기수축과 혈압, 단백뇨까지 출산은 정말 끝날때까지 끝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둘라는 항상 냉정과 온정을 같이 유지해야 한다. 산모가 포기하기 전까지 산모의 출산을 먼저 포기하거나 과하게 기대하거나 실망해서도 안되고 산모 대신 어떤 결정을 내려서도 안된다. 기다리고 지켜주고 옆에서 함께 하는 것,, 그게 둘라의 일이다.

같은 달 바로 직전의 두 산모의 출산이 난산이었기에 나에게는 여전히 불안과 긴장이 있었다. 하지만 촉진제 효과는 좋았고 욕조에서 감통도 잘됐다. 한방이맘은 처음 힘겨워하던 호흡도 안정되가며 잘 했다. 진통도 잘왔고 아기머리가 보이는 순간이 됐다. 내가 둘라하면서 가장 안도하는 순간이자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눈물이 났다. 이전에 4cm까지 진행하다가 결국 진행이 잘 안되서 제왕절개를 했던 산모에 대한 미안함도 혈압이 높아서 끝까지 자연출산을 잘 할수 있을까 하던 걱정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렸던 사진^^ 출산후 이렇게 다 함께 웃을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출산후, 박지원 원장님이 여러가지를 걱정했지만 말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의사입장은 얼마나 더 난처하고 살떨리고 곤란했을까 싶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산모도 의사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 순간의 변수와 고비와 갈등속에서 묵묵히 우리가 함께이기에 한방이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던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잘 진통해준 한방이 맘에게, 옆에서 잘 케어해준 한방이 아빠에게도, 며칠동안 고민이 많은 와중에 노심초사했을 박지원 원장님에게도 한방이를 만날때까지 함께 해준 이채원 조산사 선생님께도 너무 깊이 감사드리는 출산이었다.

그리고 가장 고마운건 역시 한방이다! 오랜만에 예쁜 공주님을 볼수 있어서 너무 황홀했다. 난 이날 집에와서 한동안 들떠있었다. 소위 말하는 둘라뽕~때문에 ^^

One thought on “자연주의 출산 병원 연앤네이쳐에서 유도분만 성공한 한방이맘 출산후기

  1. 다시 출산 후기를 보니 새로워요~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와 한방이를 믿고 기다려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이 시간을 빌어 다시 감사의 말씀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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